[아름다운사회] 석고대죄(席藁待罪)

[한희철 목사] 

너그러움을 빕니다. 성경 이야기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성경을 알거나 믿는 이들에 의해 가장 자주 잘못 인용되는 말씀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신약성경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예수께서 성전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을 때, 소란이 일었습니다. 사람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을 끌고 온 것입니다. 필시 머리채를 붙잡고 질질 끌고 왔을 여인, 그 순간 여인은 인간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잡기 위한 미끼였습니다.

여인을 끌고 온 이들이 예수께 물었습니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들을 돌로 쳐 죽이라고 명령하였는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선생님이라 부르는 말투에는 정중함이 담긴 듯 보이지만, 그들은 기가 막힌 덫을 놓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율법에 적힌 대로 돌로 치라 하면 그동안 강조했던 사랑과 용서가 모두 헛된 말이 되고, 그렇다고 돌로 치지 말라 하면 모세의 법을 어기는 셈이 되는 것이니, 어떤 대답을 해도 꼼짝없이 걸려들 수밖에 없는 회심의 덫인 셈이었습니다. 

예수는 즉답을 피하고 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를 씁니다. 고대 사본에 의하면 그들의 죄목을 썼다고 합니다. 땅에 글씨를 쓰고 있는 예수에게 그들이 다그쳐 묻자, 예수는 몸을 일으켜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어른으로부터 시작하여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씩 그 자리에서 물러갑니다. 양심에 가책을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예수가 흥분한 군중에게 한 말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이었습니다.

믿는 자들에 의해 가장 잘못 인용된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게 됩니다. 그런데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 있습니다. 잘못을 한 자가 그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당당하게 말이지요. 그래 내가 잘못했다, 그런데 너는 잘못한 것이 없냐, 힐난하는 투로 말이지요. 

끌려온 여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두 물러설 때에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얼마든지 무리 속에 섞여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마침내 예수만 남았는데, 그 여자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다시 땅에 글씨를 쓰고 있던 예수가 몸을 일으켜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여자여,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 너를 정죄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느냐?” 여자가 대답합니다. “주님,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자 예수가 말했습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가서,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라.”

그런 여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석고대죄(席藁待罪)입니다. 거적때기 위에 앉아 죄에 대한 벌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큰 죄를 짓고도 죄 없는 놈이 나를 쳐보라고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거적때기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떤 벌이 내리더라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이지요. 용서를 구하는 자의 마땅한 자세는 석고대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