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세잔을 통해 나를 보다

[김재은 대표]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만난 두 소년이 있었다. 화가를 꿈꾸는 폴과 글을 쓰는 에밀은 어린 시절부터 희망, 좌절, 꿈과 사랑까지 모든 것을 공유한다. 서로를 동경하고 아끼면서도, 냉혹한 평가 또한 서슴지 않으며 함께 성장한 두 사람은 파리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가와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테레즈 라캥, 목로주점 등을 출간하며 명성을 쌓는 에밀과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에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폴, 한때는 모든 것을 함께 했지만 엇갈리는 운명 속에서 결국 에밀이 비참한 화가(누가 봐도 폴 세잔이 분명한)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발표하면서 두 사람의 30년 우정은 끝이 나고 만다. 여러 해 전 국내 개봉한 폴 세잔과 에밀 졸라, 위대한 두 예술가의 특별한 우정을 다룬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의 내용이다.  

세상엔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 등 세 개의 사과가 있다고 할 정도로 사과 하나로 미술계를 뒤흔든 폴 세잔은 훗날 마티스와 피카소로 대표되는 야수파와 입체파로 이어지며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20세기 미술계의 최고 거장으로 불리는 파블로 피카소는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라고 말하며 세잔에 대한 경의를 아낌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세잔이었지만 20대 시절엔 심한 우울증을 겪었고, 자괴감에 빠져 자신의 그림들을 부숴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분투 속에 세잔은 파리 미술계의 최상류층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살롱전에서 그의 작품들이 번번이 거절당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함께 거절당한 드가 등 다른 작가들과 ‘낙선전’을 열기도 했다. 이렇듯 세잔은 주기적인 우울증을 겪었지만 귀를 자른 고흐나, 초현실 속을 내달린 달리 와는 다르게 평생 묵묵히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이렇듯 긴 사설을 늘어놓은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우울증 이야기를 꺼내기 위함이다. 오지랖 넓게 사람의 숲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해 온 행복 디자이너도 늘 즐겁고 유쾌한 것은 아니다. 때론 불안감이, 때론 우울감이 마음 한구석에 살며시 깃들었다가 빨래가 마르듯이 나도 모르게 자취를 감추곤 했다. 습관이 된 아침 산책길에서 ‘내가 우울한 느낌이 있구나’를 그대로 인정하고 지켜보기도 했다. 

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가 이제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소중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억눌리고 마음대로 어찌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오롯이 마주했던 사람들의 마음의 고통, 우울감은 현재진행형이다. 

마음의 감기라 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하리라. 스트레스처럼 우울감도 어쩌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라 말하기도 하고, 희로애락의 삶을 살아가면서 때론 불가피하게, 때론 한 줄기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마주하면서도 꽁꽁 감추어 두고 삭이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니 결코 쉽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우울감 등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의 고유한 가치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내 스스로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율성과 권한을 느끼게 되어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거기에 우리가 연결된 존재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고. 

새로운 6월,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표현하면서 그대로 인정하고 길을 찾아 나서면 좋겠다. 나부터 그런 발걸음을 내디뎌야겠다. 상큼하고 싱그러운 여름이 시작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