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핫라인] 보이지 않는 상처를 돌보는 일: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Trauma-Informed Care)

 김성경  KAN-WIN  옹호 상담가 

게렛 신학교 목회 상담학 석사, 게렛 신학교 목회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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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상처를 돌보는 일: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Trauma-Informed Care)

트라우마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라는 이름으로 정신질환 진단 통계 편람(DSM-III)에 공식적으로 포함된 것은 1980년입니다.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이후 많은 참전 군인들이 악몽, 회피, 과각성 상태로 고통받았고, 이들의 어려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PTSD 진단은 전쟁, 재난, 성폭력, 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연구자들과 치료자들은 가정폭력, 아동기 정서적 방임, 학교 폭력, 반복적인 차별 경험 또한 깊은 상흔을 남긴다는 점을 강조하며,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스몰 트라우마(small trauma)’ 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정폭력 생존자들은 흔히 오랜 시간 반복되는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자신을 바꾸어 놓고 자존감을 깎아 내린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넌 쓸모가 없어” 혹은 “너 때문에 모든 게 망가졌어”와 같은 말을 끊임없이 듣는 경험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전형적인 스몰 트라우마에 속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어렵고, 피해자 본인조차도 “이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닐까?”, “고통스럽지만 폭력은 아니잖아”라며 스스로를 설득하고 참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작은 상처가 매일 반복되면 몸과 마음은 끊임없는 긴장 속에 놓이게 되고, 결국 우울, 불안, 낮은 자존감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스몰 트라우마가 삶을 뒤흔드는 방식입니다.


스몰 트라우마는 몸과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가정폭력 생존자가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쉽게 불안해하거나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누군가 사소한 말에도 크게 상처받는 것처럼 보일 때, 그 배경에는 쌓여온 스몰 트라우마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상처는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요?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Trauma-Informed Care) 는 미국 연방정부 보건복지부 산하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SAMHSA)이 2000년대 초반 트라우마에 대한 국가적 접근 방안으로 제안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이는 전문가의 상담실뿐 아니라 교회, 학교, 이웃 공동체 등 우리가 속한 모든 공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돌봄 방식입니다.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는 비난하지 않고 경청하기, “왜?” 대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묻기, 고통을 존중하고 들은 그대로 인정하기와 같은 태도를 바탕으로 합니다. 여기에 스몰 트라우마 개념을 이해하면, 누군가를 단순히 “예민한 사람”이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가 겪어온 상처의 맥락 속에서 깊이 이해하고 돌볼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는 상담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스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며, 그 상처를 견뎌내며 성장합니다. 나의 치유 과정에 주변 사람들이 영향을 미치듯, 나 또한 누군가의 치유에 중요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돌봄은 “함께 짐을 나누는 연습”이며, 치유는 곧 사회적 정의와 연결되는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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