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ART에서 제공하는 알쓸식잡] -팥은 왜 쉽게 상할까?

팥은 왜 쉽게 상할까?

시카고 지역에도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틀 연속으로 100℉가 넘는 날이 지속되었는데 90년만에 처음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면서 많이들 시원한 음식을 찾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에서 많이 먹는 빙수를 좋아하는데 특히 팥이 들어간 팥빙수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한 번 집에서 팥빙수를 만들어 먹다가 실수로 팥고물을 하루 정도 실온에서 방치를 했더니 바로 상해버렸습니다. 여름에 팥죽을 파는 가게에서 포장 판매를 하지 않는 경우도 한국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팥이 빨리 상해버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팥은 왜 쉽게 상해버리는 것일까요?

팥은 콩의 범주에 속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콩, 녹두 등에 비해서 현저히 높은 당분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팥은 당분이 약 56.6%를 차지하고 있어 그 자체의 단맛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당분이 높다는 것이 상하는 것과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식품이 상한다는 것은 유해한 미생물들이 식품이 살고 있어서 그 식품을 섭취하기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식품에 있는 여러가지 미생물들은 당분을 먹고 자라는 습성이 있습니다. 팥의 당분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유해한 미생물들이 살기 좋다는 것을 의미하고 팥이 빨리 상해버리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팥의 당분 비율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팥을 섭취할 때 날 것으로 먹기 보다는 물에 불린 다음 삶아서 푹 익힌 다음에 먹습니다. 이것도 팥을 쉽게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팥을 삶으면 팥에 수분이 들어가 수분함량이 높아지는데 수분함량이 높아질수록 음식의 상하는 속도도 가속화됩니다. 또 수분이 들어가면서 팥의 보호막인 겉껍질을 파괴합니다. 겉껍질이 파괴되면 미생물이 더욱 쉽게 팥의 속으로 침투하여 살 수 있기 때문에 상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팥이 쉽게 상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온도입니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습하고 더운 날씨를 좋아합니다. 여름철 에어컨을 틀지 않은 집 안은 굉장히 습하고 덥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팥 주변에 있던 미생물들이 팥으로 들어가 생활하기 알맞은 환경에서 활개를 치면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겨울철은 온도가 춥고 습하기 때문에 미생물들이 큰 활약을 할 수 없습니다. 우스겟소리로 동지팥죽은 있는데 하지팥죽은 없는 이유가 여름에는 팥죽이 금방 상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팥을 상하게 하는 요인은 높은 당분 비율, 삶는 조리법, 온도가 있습니다. 이 중 한가지만 딱 꼽을 수 없이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팥을 상하게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섭취하는 것이고 남은 것은 냉동실에 소분하여 얼려두고 그때 그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상하지 않게 잘 관리하여 여름철 맛있는 팥빙수를 만들어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MART 이승희

Seonghee.lee@hma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