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만 박사] 건강한 이민 가정 만들기 10: 자녀의 진로 선택: 의사·변호사만이 답인가?

채규만 박사

임상심리학자·기독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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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이민 가정 만들기 10:

자녀의 진로 선택: 의사·변호사만이 답인가?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다양한 성공의 길을 허락하는 부모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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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 어머니가 상담실을 찾아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사님, 우리가 이 먼 미국까지 와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이가 그런 말을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아드님이 요리할 때 어떤 표정을 짓나요?" 잠시 침묵하던 어머니가 대답했습니다.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만은 정말 환하게 웃어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 웃음이 우리 자녀의 진로를 보여 주는 나침반입니다.

우리는 의사·변호사만을 고집하는가

시카고 한인 사회에서 자녀 교육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됩니다. 성공한 자녀의 기준이 매우 좁다는 것입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 이 세 직업이 마치 성공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결코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가난과 차별을 이겨내고 이민의 고통을 감내한 부모 세대가 자녀만큼은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이처럼 좁은 성공의 기준은 오히려 자녀의 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박사는 인간의 지능이 하나가 아니라 최소 여덟 가지 이상의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s)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어 지능, 논리-수학 지능, 음악 지능, 신체-운동 지능, 공간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이해 지능, 자연탐구 지능이 그것입니다. 의사와 변호사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이 중 두세 가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지능을 타고난 자녀에게 그 두세 가지만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는

자녀의 진정한 적성은 부모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는 활동 속에서 발견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몰입(Flow) 상태라고 부릅니다. 긍정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박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강점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 가장 깊은 만족감과 행복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자녀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 살펴보십시오. 레고를 조립할 때 집중하는 아이는 공학적 재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아이는 상담사나 사회복지사로 빛날 수 있습니다. 요리를 즐기는 아이는 세계적인 셰프가 될 수 있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는 창의 산업을 이끄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의 강점을 미리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열어 주는 것입니다.

다양한 성공의 길을 인정하기

오늘날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던 직업들이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고, 반대로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이 필요한 분야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 맥킨지(McKinsey)는 2030년까지 현존하는 직업의 상당수가 자동화되거나 변형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시대에 특정 직업만을 목표로 자녀를 키우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인 2세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가, 그래픽 노블 작가, 영화감독, 패션 디자이너로 성공한 한인 2세들의 이야기가 계속 들려옵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자녀가 스타트업을 창업하여 수백 명의 직원을 이끄는 CEO가 되기도 합니다. IT 기술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사무직을 훨씬 넘어서는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는 직종들이 넘쳐납니다. 부모의 기준으로 "그것이 뭐가 되겠어?"라고 여겼던 분야가 자녀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선택을 지지하는 부모 되기

자녀를 지지하는 것이 자녀의 모든 선택에 무조건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현실적인 준비 없이 막연한 꿈을 좇는 것을 방관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자녀가 진지하게 자신의 길을 찾으려 할 때, 부모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것은 안 된다"가 아니라 "그 길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입니다.

구체적으로, 자녀의 진로에 관심을 보이고 질문하십시오. "그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니?"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걸었을까?" 이런 질문은 자녀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나는 네 꿈을 진지하게 여긴다"는 존중의 메시지, 그리고 "함께 현실적으로 준비하자"는 지혜의 메시지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꿈을 털어놓을 수 있을 때, 그 꿈은 무책임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 위에 세워진 비전이 됩니다.

성경은 잠언 22장 6절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여기서 마땅히 행할 길은 부모가 정해 주는 길이 아닙니다. 그 아이가 하나님께 받은 성품과 재능에 맞는 길, 그 아이를 위해 준비된 길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사명입니다.

상담실을 찾아왔던 그 어머니는 상담을 마치고 나가면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아이가 요리할 때 환하게 웃는다고 했잖아요. 제가 그 웃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자녀의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 웃음이 자녀의 일생을 통해 빛나도록 함께 도와주는 부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의사와 변호사도 훌륭한 길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은 아닙니다. 자녀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답게 살아갈 때,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성공입니다.

채규만 박사는 임상심리학자이자 기독상담사로, 시카고 한인 이민 가정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40 년간 사역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