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목사의 목회서신] 기다림

시카고에서 산지 어느덧 40년이 넘어갑니다.  지난 몇 년 시카고 겨울이 괜찮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즈음 들어 시카고 겨울의 진미를 (?!) 다시 보는 것 같네요.  시카고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달이 3월이 아닌가 합니다.  11월부터 찾아온 겨울이 춘3월이면 이제는 갈 때가 됐는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희망의 고문이라는 말이 있죠?  긴 겨울에 지쳐 3월이 되면 봄이 와야 하는데 올 듯 말듯, 날씨가 조금 따듯해 졌다가 다시 추워지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지난 12월과 1월에 온화한 겨울을 맞아서 금년에는 봄이 빨리 오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었는데 입춘이 지난 2월에 들어서 추위와 눈보라가 매주 몰려오니 꼭 사기 당한 느낌입니다.  코로나로 지쳐 있는 마음에 봄을 바랬던 것마저 배신당한 것 같아서 힘든데 ... 생각해 보니 시카고에서 2월에 봄을 바랐던 것이 어불성설이었던 것 같네요.  아직도 봄이 오려면 3월을 꼬박 지나야 하는데, 섣부른 희망으로 괜스레 힘들어 하지 말고, 대신 당찬 기다림으로 버텨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살면서 제일 힘든 일중에 하나가 기다리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반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또한 잘 기다리는 일이고요.  수술 후 몸이 회복되길 잘 기다려야 후유증이 없고, 슬픈 일을 당한 후 기약없이 몰려오는 눈물을 내 마음이 잘 견뎌내 주길 또한 기다려 줄 수밖에 없고, 자식들이 철 드는 것도 기다려 줘야 하고, 영주권 나오는 일도 때론 한없게 느껴지는 기다림의 연속일 때가 많고 ... 그렇게 잘 기다리는 가운데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추수의 가을 또한 찾아지는 것이 삶인 것을 어렴풋이 깨달으면서도 잘 기다린다는 것은 아직도 힘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일류회사에 입사 시험을 치루고 수석으로 합격했음에도 컴퓨터의 잘못으로 합격자 명단에서 빠졌던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불합격 소식에 너무 실망해서 그날로 자살을 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수정된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만 더 기다렸으면 됐었는데 말이죠.

이번 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기다리는 40일간의 기간을 말합니다.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라 하면 부활절과 성탄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절기 앞에 사순절과 대강절과 같이 “기다리는” 절기가 있다는 것이 참 의미심장한 것 같습니다.  잘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죠.

시카고 겨울이 길다고 해도, 인생의 어려움이 끝이 없는 것 같아 보여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면 풀리고, 찾아지고, 열리게 되는 은혜가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시카고의 긴 겨울을 지치지 말고 잘 견뎌 내길 바랍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봄은 찾아 옵니다!

김태준(TJ Kim) 목사 (PastorTJKim@gmail.com)

시카고지역 대학목회, 아틀란타한인교회 영어목회, 워렌UMC, 현 살렘교회 담임 
일리노이주립대학, 프린스턴신학대학원, 현재 WCA Global Council Member

살렘교회 웹페이지 : http://www.salempeople.net/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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