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영부인과 타지마할

[이규섭 시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여행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타지마할에 잠든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 부부가 “우리 무덤을 두고 왜 이리 소란스럽냐”고 벌떡 일어나 화를 낼만하다. 인도 북부 아그라에 위치한 타지마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다. 상앗빛 외관은 우아하고 눈부시다. 1629년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Shah Jahan)이 남부 인도 데칸고원으로 출정한 사이 뭄타즈 마할 황후가 15번째 왕자를 출산하다 38세의 나이로 숨졌다.
절세의 미인 아내를 잃은 황제는 묘궁를 지어 그녀를 위로하려 했다.
페르시아 건축가가 설계하고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장인들이 동원됐다. 중국, 러시아에서 가져온 건축자재를 코끼리가 운반했고, 2만여 명이 동원됐다.
22년 동안 공들여 1653년에 완공된 무슬림 건축의 백미다. 샤 자한은 타지마할과 같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수많은 전문 기술자들을 죽이거나 인부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은 보석과 문양, 코란을 둘러본 뒤 안으로 들어서면 약간 어두운 묘당 한가운데 뭄타즈 마할의 석관이 있다. 나중에 죽은 샤 자한의 관은 서쪽에 놓였다. 두 관은 허당(虛堂)이고 진짜 관은 이곳 지하에 있다.
샤 자한은 이에 그치지 않고 타지마할 맞은 켠 강 언덕에 자신이 묻힐 똑같은 묘궁을 지어 구름다리로 연결하려 했다. 재정은 바닥나고 백성들의 원성은 높아졌다. 그는 결국 첫 번째 왕비 소생 아우랑제브에 의해 폐위되어 아그라 성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손으로 뻗으면 닿을 듯한 지척의 거리에 있는 타지마할을 바라보다 1666년 죽어서야 아내 곁으로 갔다.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극락왕생을 누리려 만든 호화 무덤은 세계인들의 구경거리가 됐다.
인도 정부는 2018년 11월 우타르 프라데시주(Uttar Pradesh State·UP州)에서 열리는 ‘허황후 기념공원 기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문체부 장관을 초청했다. 이 행사 참석자가 돌연 ‘영부인 행사’로 격상됐다. 예산은 사흘 만에 예비비를 전광석화처럼 편성했다.
문체부 장관 방문단의 출장경비는 2591만 원이었다. ‘영부인 방문단’의 참가로 출장 예산은 총 3억 4000여만 원으로 늘었다. 국민의 혈세다. 김 여사 일행이 탑승한 공군 2호기는 ‘대통령 탑승’ 때에만 노출하는 대통령 휘장을 드러낸 상태로 인도까지 날아갔다 돌아왔다.
방문단 가운데는, ‘청와대 사적 채용’ 논란을 빚었던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 프랑스 국적의 A씨가 있었다. 한식 명장 청와대 요리사도 영부인의 밥을 지으러 동행했다.
여당에서는 “영부인의 세계 일주 꿈을 이루어 준 버킷리스트 외교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 혈세로 불루마불(보드게임)을 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감사원은 ’감사 착수 검토‘를 밝혔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관람인들을 통제한 채 단독 기념사진을 촬영한 김 여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세계의 경이적인 문화유산 7곳 중 하나로 선정된 세계문화유산에 감동한 것인가? 아니면 극락왕생의 꿈을 품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