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핫라인] 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 풀뿌리 운동에서 보라색 리본까지

 김성경  KAN-WIN  옹호 상담가 

게렛 신학교 목회 상담학 석사, 게렛 신학교 목회신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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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 풀뿌리 운동에서 보라색 리본까지

2023년 한 해 동안 일리노이주에서만 120명이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10% 증가한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가정폭력이 단순히 개인이나 가정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공적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매년 10월은 미국 연방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가정폭력 인식의 달 (Domestic Violence Awareness Month, DVAM)” 입니다. 1989년 미국 의회는 공공법 (Public Law) 을 통해 10월을 “가정폭력 인식의 달”로 공식 지정하고, 가정폭력 근절과 생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달은 가정폭력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직면해야 할 공공의 과제임을 기억하는 기간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가정폭력이 법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말 이전에는 가정을 법이나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사적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경찰과 법원은 가정 내의 일에 개입하지 않거나, 심지어 폭력을 남편의 권리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1871년에 처음으로 “남편의 아내 폭력을 합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판례가 나오면서 사회적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여성 쉼터와 긴급 전화 (Hotline) 서비스가 등장하며 생존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민간 차원에서 풀뿌리 운동의 형태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78년 델라웨어주에서 처음으로 “가정폭력 보호 명령법 (Protection from Abuse Act)이 제정되었고, 1984년 커네티컷주에서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반복적으로 무시해서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 의무가 강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주에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경찰이 증거가 있으면 가해자를 체포하도록 하는 “강제 체포법 (Mandatory Arrest Laws)” 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1994년에 연방 차원에서 폭력 방지법 (Violence Against Women Act, VAWA) 가 제정되어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피해자 지원과 예방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가정폭력이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과 그 내부에서 작동하는 권력 속에서 발생하고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폭력의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아닌 가족, 이웃,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가 관여하는 복잡한 사회구조가 드러납니다. 가정폭력 또한 본질적으로 사회적 맥락을 가진 현상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과 사회적 안전망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매년 10월은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각 지역에서 사회단체와 공동체는 추모식, 교육 워크숍, 거리 행진, 캠페인 등 생존자를 지지하고 가정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임을 갖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사회가 더 이상 폭력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선언이 됩니다. 그리고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침묵을 깨고 생존자를 지원하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보라색이 상징적으로 사용되는데, 보라색을 몸에 지니거나 SNS 계정에 공유함으로써 생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작은 행동을 통해 생존자들은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체감하게 되고, 자신이 겪은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침묵을 깨고 나오는 용기를 갖게 됩니다.


개인의 경험은 개인에게서 시작하거나 끝나지 않고, 가족과 이웃, 그리고 사회 전체의 암묵적인 권력 관계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폭력이 있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을 둘러싼 복잡한 사회구조를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폭력의 현장이 사회적 권력 관계의 반영인 것처럼, 보라색 리본을 지닌 우리의 모습 또한 폭력에 침묵하지 않고 생존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사회적 다짐의 표현입니다. 과거 풀뿌리 운동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 냈듯, 2025년의 우리의 작은 실천도 미래의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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