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아카데미 최형근원장 칼럼] 도시락:초등학교

학창시절 간혹 도시락을 가지 오지 않은 친구가 있으면 몇몇 친구들의 도시락에서 한 술 씩 떠서 뚜껑에 담아 나누어 준 적이 있다. 나 자신도 뚜껑에 담아준 친구들의 밥을 먹은 적이 있다어떤 때는 오전 수업 밖에 없어 일찍 끝나는 날도 친구들과 같이 다 일부러 도시락 사와서 다니던 학교 뒷산으로 가서 도시락 같이 먹고 그리고는 산 넘어 정묘사까지 가서 한참 놀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온 기억도 있다초등학교 시절 같이 친하게 지내던 동네친구 같은 반 친구 그리고 이웃에 살던 이쁜 여학생들과 교분을 나누는 추억어린 시절의 도시락밥이었다.

(출처:만개의 레시피)

초등학교 3학년 화창한 어느 봄날 수업이 오전 수업으로 끝났다친하게 지내던 같은 반 머스마들과 가시나들은 사전 모의(?)에 의해엄마들에게는 종일 수업이 있는 것으로 하고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왔다학교 수업이 반나절로 끝나자 말자 학교가방을 매고 도시락을 지참하여 거제국민학교 뒷산 화지산을 올랐다화지산 뒷산 한 작은 봉우리에는 일제 시절 설치된 콘크리트 상수탑이 있었다그 일대를 돌면서 송충이 가득한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사이로 뛰어 다니며 나무도 타고 숨바꼭질도 하고 놀았다그리고 허기가 진 나중에는 콘크리트 상수탑에 가시나 머스마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 살던 동네 거제리와 양정 일대를 시원하게 굽어 볼 수 있는 자리였다그리고 그 뒤로는 아담한 화지산보다 훨씬 압도적인 자세로 시커먼 황령산이 우리를 내려다 보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그날 도시락을 같이 먹으면서 한 여학생이 도시락 반찬으로 가져 온 김치볶음이란 것을 처음 먹어 보았다그 아이의 엄마는 서울 아지매였다엄마 아버지 다 경상북도 경주 촌사람인 나에게 김치볶음은 아주 생소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내 엄마는 초등학교 어느 시점까지도 메뚜기볶음을 반찬으로 넣어주곤 했다그리고 내가 주위의 눈치를 보고 엄마에게 메뚜기볶음은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 전까지 내 도시락에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출처:오마이뉴스)

그날 이후 같이 소풍을 갔던 아이들은 오랜 기간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더 커서 사춘기의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구분되기 전까지는 아주 스스럼없는 친구가 되었다초등학교 오학년부터는 남녀공학 반이 나누어져 남학생반과 여학생반으로 나누어져도 우리들끼리는 자주 같이 만나서 놀곤 하던 추억속의 가시나 머스마 친구가 되었다그야말로 청매죽마(青梅竹馬) 친구가 되었다. 그날 나누어 먹었던 도시락이 우리 우정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까…. 

그때 갔던 머스마들은 지금도 연락을 하는 죽마고우가 되었는데가시나들은 고등학교 나중에 대학교 때부터 연락이 끊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리운 이름들은 머리속에 남아 있는 앳된 이쁜 모습과 함께 가물가물한다숙이, 자야, 령이, 옥이…. 다들 잘 살고 있는지

(부산 화지산) 

내가 다녔던 “부산거제국민학교에는 한반에 서너명씩 우리 동네 뒷산 자락에 있던 고아원 아이들이 있었다이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몰려나갔다그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잘 몰랐다아마 수돗가에 모여서 물 마시고 점심으로 때웠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30년이 지난 후 만난 한 고등학교 친구는 한참 어려운 시절에는 점심 도시락도 못 가져 왔다고 하였다그래서 점심시간에 살며시 빠져나와서 수돗간으로 가서 수돗물로 배 채운 적도 있다고 하였다이 이야기를 들었던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나는 국민학교 같이 다니던 고아원생들이 점심 도시락 대신 마셨을 수돗물과 허기에 새파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느낌을 조금 공감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점심시간에 강냉이빵을 배급해 주어서 그 고아원생들도 점심으로 뭔가 먹을 것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러다가 그 강냉이빵은 6학년 때부터는 밀가루로 만든 제법 듬직한 크기의 빵으로 바뀌었다그 강냉이빵을 먹고 싶어서 호시탐탐 노리다가 아침에 일찍 학교에 와서 빵 배달 트럭에서 빵상자 내리는 것 도와주면 빵 하나씩 던져 준다기에 나는 당장 그 다음 날부터 꼭두 새벽부터 학교에 갔다그리고는 빵상자 내리는 것 열심히 도와주고 빵 하나 받아 먹었다나는 그때 받아 먹던 그 강냉이빵 맛을 잊을 수가 없다미국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지금도 가장 좋아 하는 빵이 그 강냉이빵과 가장 비슷한 콘브레드 corn-bread이다. 콘브레드가 없으면 콘머핀 corn-muffin도 좋아한다그때 먹었던 강냉이빵이 너무나도 맛 있어서 지금도 강냉이 가루가 들어간 빵은 다 맛 있게 느껴진다

 

Hyonggun Choi,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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