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암·심혈관 질환 관련 유전자 수천 개 변화시킬 수 있다”

연구진, 전자담배 사용자 3,124개 유전자 발현 변화 확인
과일향·혼합향 제품에서 변화 더 뚜렷…“무해하다는 인식 경계해야”

전자담배 사용이 암과 심혈관 질환, 폐 질환 등과 관련된 수천 개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과일향 제품이나 여러 향을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 유전자 변화가 더욱 크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게재된 연구를 인용해 전자담배 사용자의 유전자 발현 양상이 비흡연자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전자담배 사용자와 일반 흡연자, 비흡연자 등 총 83명을 대상으로 구강 점막 세포를 채취한 뒤 RNA 시퀀싱 기법을 통해 유전자 활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총 3,124개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 심장병, 폐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 현상이 관찰됐으며, 일부 변화는 내분비계·소화기계·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와도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전자담배 사용 빈도보다 향료 종류와 기기 특성이 유전자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과일향 제품은 전체 변화 유전자의 31%와 관련이 있었으며, 여러 향을 혼합해 사용할 경우 관련 비율이 64.3%까지 증가했다. 반면 달콤한 향은 2.9%, 민트·멘톨 향은 0.9% 수준에 그쳤다.

또한 출력이 높은 충전식 전자담배 기기인 ‘모드(Mod)’ 제품 사용자들에게서도 유전자 변화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아흐마드 베사라티니아 교수는 “전자담배의 건강 영향이 단순히 베이핑 행위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특정 향료와 기기 때문인지가 중요한 연구 과제였다”며 “이번 연구는 향료와 기기 특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만으로 전자담배가 직접 암이나 만성질환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 규모가 제한적이고 장기간 추적 관찰 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상대적으로 덜 해로울 수는 있지만 결코 안전한 제품은 아니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자담배 액상을 가열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화학물질이 생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이 세포 손상과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전자담배 액상 속 어떤 성분이 유전자 변화를 유발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며, 향후 유해 성분이 확인될 경우 관련 규제 강화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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