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칼의 상처보다 깊은 막말

[이규섭 시인] 

금도를 넘는 막말이 판친다. 저질과 혐오를 넘어 저주와 패륜에 가깝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 ㅈ변호사는 현 정부를 비판한 101세의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에게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격했다. 막말을 넘어 인륜을 저버린 패륜적 언사다. 

한술 더 떠 그는 “늘 적정한 수명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 이상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는데 그것을 존엄을 지키는 죽음, 존엄사(Dignity Death)라고 불렀다. 그 나이가 대략 7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면서 “요즘 나는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를 조롱하는 막말이다. 그는 80세가 되면 곡기를 끊을지 궁금해진다. 일흔 넘은 김 교수의 둘째 딸이 ㅈ변호사에게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는 편지를 써 공개하자 “장난질로 날 중상모략 말라”고 반박하여 파문은 이어지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850만 시니어에 공개 사과하라”는 규탄 성명을 냈다.

여당의 초선 ㄱ의원은 6선의 국회의장을 향해 ‘GSGG’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개××’라는 욕설 논란이 일자 “정부는 국민의 일반 의지에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표현이다. 영어로 Government serve general G”라고 해명했다가 비난이 식지 않자 박 의장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법조인 출신 의원의 품성과 인성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낯 뜨겁다.  

정치권의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여당의 ㅈ당 의장은 투표 참여 독려를 하면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노인들을 폄훼하여 곤욕을 치른 뒤 의원직까지 내놓았다.

막말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여당의 ㅈ의원은 2012년 새해의 사자성어로 ‘명박박명’을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미인박명(美人薄命)에 빗대 이명박 대통령에게 빨리 죽으라는 막말을 해 빈축을 샀다. 1998년 야권의 ㄱ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을 겨냥해 “공업용 미싱을 입에 드륵드륵 박아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가 모독 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통령에게 저주의 막말을 퍼붓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요즘은 막말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전달 수단이 다양해졌고 전파력도 빠르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진영논리에 충성하고 지지층을 위무하고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극단적 발언으로 주목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20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말의 홍수가 범람하고 거친 말과 막말이 이성(理性)의 방파제를 무너뜨리려 들 것이다. 막말은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혼란을 부추길 뿐 국민을 짜증 나게 한다.

말은 인격의 표현이고 마음의 얼굴이다. 지적ㆍ사회 수준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처럼 막말은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흉기와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