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진시황제, 영원히 살다?

[정운 스님] 

범종교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님이 있다.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법정스님(1932∼2010)이다. 근자에 스님의 글을 읽으며, 알리고픈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나이가 90세가 넘도록 장수를 누리다가 돌아가신 몇 노스님들의 임종을 보면서 장수가 주변과 주위에 욕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으로서 그 기능과 역할이 끝나는 그날로 미련 없이 몸을 바꾸고 싶다. 몇 날을 더 연명시키기 위해 비쩍 마른 팔에 주사바늘을 꽂는다거나 억지로 입을 벌려 약을 먹인다면, 나는 그런 이웃에 화를 내고 원망할 것이다. 사람은 살 때에 빛이 나야 하듯이 죽을 때에도 그 빛을 잃어서는 안된다.” - 법정(1983), 『산방한담』, (서울: 샘터)

 법정스님은 늘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서인지 먼 길을 떠날 때도 죽어가는 그 순간을 맞이하듯 짐을 챙겼다고 하셨다. 이 글을 읽으면서 죽음을 깊이 생각해본다. 솔직히 말이 쉽지, 어찌 죽음을 예행 연습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에 빠져 있다. 

태어나면서 금수저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와 명예 등을 떵떵거리고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곧 평등하지 못한 인간사지만, 어느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한 법이다. 어느 왕후장상인들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일인가? 기원전 3세기 알렉산더 대왕은 세계 제패를 꿈꿨지만 33세에 죽음을 맞이했고, 중국의 진시황제도 불로초ㆍ불사초를 구하면서까지 오래 살려고 발버둥 쳤지만 49세에 죽었다. 인간은 생에 애착이 강하다. 필자의 모친은 연로한데, 종종 통화를 하면 ‘빨리 가야지’라고 한다. 솔직히 속마음이 아닐 거라는 것을 잘 안다. 

의학이 점점 발달해 사람들 평균수명이 앞으로는 100세를 넘길지도 모른다. 이 점을 결코 좋게만 볼 수 없다. 의학이 발달해서 사람들의 연명치료를 늘리는 것이요, 뇌질환이나 치매도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진전을 늦추는 것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의학이 발달해서 양적인 생명을 늘리는 것이지, 질적인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물건에 유통기한이 있듯 곧 인간의 몸뚱이도 유통기한이 있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육신의 한계는 80세 전후라고 생각된다. 

원오 극근(1063∼1135)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생야전기현生也全機現 사야전기현死也全機現” 즉 살 때는 삶에 철저하게 인생 최고의 순간처럼 살고, 죽을 때는 죽음에 미련 갖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곧 죽는 순간에 죽더라도 현 순간에 열심히 살라는 삶을 위한 백서라고 생각한다. 활짝 핀 꽃만 이쁜 게 아니라 떨어지는 꽃잎도 이쁘게 보라는 것으로 바꿔 생각하면 어떨까?!

살면서 늘 죽음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생에 진솔함을 갖기 위해서다. 축구에만 복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삶에 어떤 변수가 생겨 죽음의 복병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법이다. 그런 마음으로 죽음에 대한 개념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 하여튼 현재의 삶,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