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새해엔 한두 살 젊어진다

[이규섭 시인]

보름 뒤 새해다. 설날 아침 떡국을 먹으면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게 나이다.

새해부터는 오히려 한두 살 젊어진다. 누구나 한 살 더 먹는 문화가 바뀌었다. ‘만(滿) 나이’ 사용을 규정한 민법과 행정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만(滿) 나이, 세는 나이, 연(年) 나이 계산법이 혼용되어 사회적, 행정적 혼선과 분쟁을 빚었다.
‘만 나이’는 태어난 시점에 0살로 시작해 생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나이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앞으로 0살 때는 외국처럼 “우리 아이 태어난 지 0개월 됐어요”가 일반화된다. “올해 00살입니다” 할 땐 주로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를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는 뱃속 태아도 10개월 엄마 젖을 먹고 자랐으니 태어나면 한 살로 간주했다. 이후 매년 설날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미국 CNN도 한국의 ‘만 나이’ 도입 소식을 전하며 세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나이 체계가 정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가수 싸이의 예를 들었다. 그는 1977년 12월 31일 생이어서 만 나이로는 44세이지만 연 나이로는 45세, 세는 나이로는 46세가 된다며 앞으로 이런 혼선이 사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 획기적인 변화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도 불리해지면 “너 몇 살이야?” 하고 나이를 내세워 우격다짐으로 억누르려는 사회다. 그동안 나이 해석과 관련된 불필요한 법적 다툼과 민원이 이어졌다.
N 기업의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 56세가 한국식 세는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를 두고 노사가 법정 공방을 벌였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으나 지난 3월 대법원은 이를 만 55세로 해석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 초기에도 접종 연령에 만 나이가 표기되지 않아 혼란을 겪었다.
대표적인 사회적 논란은 1, 2월 출생자를 뜻하는 ‘빠른 생일자(빠른 연생)’들의 한국식 나이 셈법과 충돌이다. 2009년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기 전, 입학 시점인 3월을 기준으로 만 나이가 같은 3∼12월생과 이듬해 1, 2월생이 추가로 입학하여 ‘동갑’개념에 혼란을 빚었다.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출생 연도가 같은 이들을 동갑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한 살 차이라도 형, 누나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는데 앞으로는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라질 수 있어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
한국은 1992년 이후 민법상 만 나이를 공식 채택하고 있지만, 행정 업무상 사실상 연 나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 시행 후에는 나이에 관한 별도 규정이 없다면 ‘만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다만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처럼 세부 규정을 통해 연 나이를 적용하고 있는 일부 법률의 경우, 조속한 추가 개정으로 혼란이 없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92년 12월 4일생으로 알려진 K 팝 아이돌 그룹 BTS의 멤버 진의 경우 연 나이 적용으로 12월 12일 입대했지만 만 나이가 기준이었다면 내년 12월 4일까지 입대하면 되는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