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복합 이상기후’ 경고가 두렵다

[이규섭 시인]

무쇠를 녹일 듯 펄펄 끓던 여름의 기세도 자연의 변화 앞에 무릎을 꿇는다. 입추와 말복을 지나 처서(23일)를 고비로 바람이 선선해졌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이 구름 타고 오는 절기다. ‘벼가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처럼 이삭이 팬 벼는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과일의 당도는 높아진다. 참깨와 들깨를 베어 말리고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으며 가을 채비를 한다. 도회지에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자지러질 듯 울어대던 매미소리는 잦아든다. 풀벌레의 합창은 자연의 소야곡이다.

릴케의 ‘가을 날’ 시구처럼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게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아스팔트 열기가 겹쳐 거리에 나서면 한증막이 따로 없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올해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20일로 평년의 평균 12.5일을 훨씬 웃돈다.

열대야로 끈적끈적하고 후덥지근한 열기 속에 뒤척이느니 새벽에 일어나 근린공원에 나가 운동을 한다. 더위를 피하느니 더위와 싸우며 더위를 잊는다. 걷기와 스트레칭, 운동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한 시간 넘게 하고나면 옷이 땀에 흠뻑 젖는다. 흥건한 땀에 더위가 용해된다.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입추(7일)를 기준으로 121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3명의 2.6배다. 이 가운데 18명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의 48명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니 모기가 사라졌다. 모기는 온도가 32도 넘으면 수명이 짧아진다. 올해는 장마가 짧아 모기 서식지 물웅덩이가 사라진 것도 원인이다. 질병관리청이 전국 16개 감시센터에서 2017~2020년까지 비교해 조사한 결과 올해 모기가 평년 대비 74% 감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촌의 기상이변이 심상찮다. 올 들어 북미지역에서는 100년 만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일본과 중국, 인도 등지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도 대규모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다. ‘얼음의 땅’ 그린란드의 빙하도 녹아내렸다. 남극과 북극의 고산지대 빙하도 빠르게 녹고 있다니 기후변화의 급속한 변화가 느껴진다.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최근 발표한 6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우리나라도 극한 고온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폭우와 홍수가 더 자주, 더 강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파는 줄고 폭염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니 걱정된다.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전례 없는 극한 현상’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평균 기온이 1.5도만 올라도 5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극한 고온’ 빈도가 8.6배 커지고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어디로 튈지 모를 ‘복합 이상기후’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 배출이 줄지 않으면 연안지역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다. 날씨의 급속한 변화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