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무의도 소풍

[김재은 대표] 

엊그제 겨울이라 여겼는데 별안간 다가온 봄은 어느새 꽃의 시절을 지나 녹엽(綠葉)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눈부신 봄날도 누군가에겐 아픈 봄날일 수도 있으리라. 

어디 봄날뿐이랴. 시시각각 다가오는 우리네 삶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견디고 버텨간다. 때론 즐기면서.

얼마 전 주말에 친구들과 무의도에 다녀왔다. 5년 전 배를 타고 건넜던 그곳은 이제 다리로 연결되어 서울에서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먼저 대무의항에 도착하여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차 한 잔을 했다. 섬 어디를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조급함도 서두름도 설자리가 없었다.

따뜻한 봄바람,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완만한 산길을 걷다가 가끔씩 만나는 산 진달래와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순간순간이 편안함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국사봉에 올라 솜털 구름과 살며시 눈빛 교환을 하고 멀리 영종도와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세파에 지친 삶을 달래기도 했다. 

이어서 하나개 해수욕장과 썰물로 인해 이어진 실미도에도 들렀다. 상큼한 바다 내음을 실은 바람을 맞으며 그냥 걷고 걸었다. ‘의도’없는 시간의 자유로움을 즐겼던 것이다.

의.도.(意圖)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또는 무엇을 하려고 꾀하는 것!

누구나 그냥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계획도 세우고 준비도 해서 그에 따라 행동하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의도에 지나치게 매이거나 의도로 인해 삶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 현대인은 복잡한 ‘의도’ 중심의 삶을 살아내느라 고단하고도 힘든 현실을 자초하고 있다. 

방하착(放下着)이란 말이 있다.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 선의 화두지만 집착을 다 내려놓으라는 아주 단순한 한 마디의 말씀이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에 조주 스님이 “내려놓거라(放下着).”라고 하였다. 그러자 엄양이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라고 다시 묻자 “그러면 지고 가거라(착득거, 着得去).”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방하착 또한 의도없음과 마찬가지로 ‘삶의 자유’를 향한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 다시 나의 삶, 우리네 삶을 살핀다. 삶의 궁극은 결국 내가 편안하고 자유롭고자 하는 것인데 수단이라고 할 의도, 계획, 목표 등이 그 자유로움에 태클을 건다면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초고속으로 변해가는 세상인지라 의도나 계획 등이 뜻대로 되기도 어렵지만 때론 의도를 내려놓는 작은 연습을 해보면 좋겠다. 뭐든 ‘그냥’ 해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편안함과 자유가 삶에 밀물처럼 밀려들거라 믿는다. 진한 감동의 여운이 남은 얼마 전 무의도의 소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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