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딱정벌레와 산불

[강판권 교수]

곤충은 지구상의 동물 중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래서 곤충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아주 많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곤충 중에서도 가장 많은 개체는 딱정벌레다. 딱정벌레의 ‘벌레’는 곤충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딱정벌레는 벌레 중 최고를 뜻하는 ‘갑충(甲蟲)’이라 부른다.

그런데 딱정벌레는 곤충강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이지 개별 이름이 아니다. 40만여 종에 달하는 딱정벌레는 우리나라만 해도 약 8,000여 종이나 분포한다. 딱정벌레(Coleoptera)는 ‘딱딱하다’는 뜻의 ‘coleo-’와 ‘날개’라는 뜻의 ‘-ptera’가 결합해 ‘딱딱한 날개를 지닌 곤충’이라는 뜻이다. 주변에서도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바구미와 풍뎅이 등도 딱정벌레에 속한다.

저장 시설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쌀독에 바구미가 아주 흔했다. 나는 어릴 적 무수히 보았던 바구미가 딱정벌레 종류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송나라 팽승(彭乘)의 『묵객휘서(墨客揮犀)』에는 딱정벌레를 고두충(叩頭蟲)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는 메뚜기ㆍ물여우 등과 더불어 딱정벌레의 피해를 재난으로 이해했으며,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는 진드기[壁蝨]ㆍ개똥벌레ㆍ조협충 등과 같이 귀에 들어가 해를 끼칠 수 있는 곤충으로 보았다. 

딱정벌레 중에는 나무의 목질부를 먹는 종들이 매우 많다. 그들은 육상의 동식물에서 죽은 조직뿐만 아니라 배설물까지 먹지 못하는 것이 거의 없다. 잎벌레, 바구미, 풍뎅이 등 식물을 먹는 딱정벌레들은 딱정벌레목 전체 종 수의 1/3에 달할 만큼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같은 특성을 가진 딱정벌레들은 기후가 따듯하면 더욱 활발하다. 최근 기후 온난화로 딱정벌레의 수가 많이 늘어났다. 이처럼 늘어난 딱정벌레가 근래 미국 등지에서 일어난 산불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딱정벌레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온난화는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기후 온난화는 인간 외의 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늠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든다. 딱정벌레의 개체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산불은 단순히 산불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형 산불은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후 온난화로 늘어난 딱정벌레는 앞으로 연구자들이 줄이는 방법을 찾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딱정벌레는 줄이는 것도 결코 쉽지도 않고, 딱정벌레를 줄이면 다른 곤충의 개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제 기후 온난화는 인간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만 정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온난화는 생태계가 ‘정상’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생태계가 정상을 벗어나면 아주 작은 변화도 그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크다.

다른 생명체와 달리 다른 생명체의 도움 없이는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은 앞으로 감당할 수 없는 시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당장 기후 온난화의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데 목숨을 걸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려운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