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끝과 새로운 시작 즈음에

[김재은 대표] 

무더웠던 8월의 바람이 9월, 10월의 상큼한 가을 산들바람을 거쳐 어느새 한기를 가득 머금은 12월 겨울 바람이 되어 가슴을 파고든다. 강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세월이 흘러간 탓이리라. 

인생 자체가 희노애락의 비빔밥이라지만 2021년 한 해는 코로나 상황이 겹쳐 다사다난은 물론이고 지난(至難)한 한 해라고 이야기하는 게 더 맞을 듯 하다. 

끝날 듯, 아니 그 정도 했으면 물러갈 만도 한데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는 듯 하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고달픔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 견뎌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살아내는, 견뎌내고 있는 이 땅의 장삼이사나 필부필부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쨌거나 한 해의 끝이 다가오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려웠지만 한 해를 잘 살았다는 뿌듯함도 있고,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도 밀려온다. 

끝이라 하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시작이다.

조금 신기한 영어단어 commencement가 있다. 

졸업식이라는 뜻인데 ‘시작, 개시’라는 의미도 있다. 

한 해의 끝은 새해의 시작, 삶의 끝은 죽음의 시작이니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일 수 밖에 없으니 위 단어의 뜻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다가온다. 

오늘의 끝은 내일의 시작으로 이어지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의 끝은 찬란한 태양이 뜨는 아침의 시작, 잘 견뎌내면 절망의 끝은 희망의 시작, 불행의 끝은 행복의 시작이 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어떤 끝도 어떤 상황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끝이 없으면 어떤 시작(시도)도 어떤 새로움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쭈욱 이어진 선과 같은 시간들을 우리가 지난 해, 새해 하며 구분하고 살아가는 것이지만 끝이 시작이라는 ‘위대함’을 여전히 유효하다.

끝은 시작이고 시작은 또 다른 끝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삶에 녹아들면 아쉬움이나 좌절 대신 설렘과 기대감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한 해가 저무는 요즘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에 마음 설레고 새로운 준비를 하기 딱 좋은 때이리라. 끝과 시작의 교차로에서 설렘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또 하나의 인생의 진짜 맛일 것이다. 

하나 더 덧붙이면 시작한다는 것은 뭔가를 ‘해 보는 것’, ‘시도해 보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엔 ‘인생의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목숨을 건 모험이라기 보다는 해보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작은 것 하나라도 해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바램이라니 우리가 망설일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새해가 코앞이다. ‘처음처럼’의 마음을 다시 챙긴다.   

다 지나가고 흘러가는 게 삶이라지만 다가오는 새해에는 일상의 깨어있는 마음으로‘인생수업’의 이런 삶의 화두 하나 챙기며 살아가면 어떨까?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