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까치밥은 누구를 위함인가!

[정운 스님] 

시골 마을에 노부부가 살았다. 자식들이 명절이나 때때마다 내려오지만, 부부 두 사람만 시골에 산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할머니가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죽음을 앞둔 암이라고 하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혼자 살 것을 걱정해 몇 해 동안 두고두고 먹을 고추장과 된장을 담갔다. 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해두었다.


그 반대 이야기도 있다. 혹 노부부가 살다가 할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으면, 먼저 죽을 것을 예상하고 산에 가서 나무를 많이 해 쌓아둔다고 한다. 할머니가 혼자 살아도 몇 년간 방에 불을 땔 수 있도록 장작을 많이 해두는 것이다. 함께 살아온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필자는 학자 신분이다 보니 학회에서 발표를 하거나 학회 운영을 한다. 학회가 하나 운영되려면 1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회장님이나 이외 이사들이 십시일반 내거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대체로 2년 단위로 임원진이 바뀌는데, 바뀔 때는 회장님이 다음 팀의 학회 운영자들을 위해 든든한 자금을 마련해 놓고 물러난다. 아마 이런 일은 어디서나 있음 직한 일이다.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된 것은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다. 지인은 세입자에게 전세를 주었는데, 그 세입자는 10년 정도를 살고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세입자가 이사 가고 그 집에 들어가 보니 방과 거실, 다용도실 등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화장실은 전기 스위치까지 고장 나 있었다. 전기 업체 기사를 불러 고쳤는데, 꽤 큰돈이 들어갔다. 세입자는 이사 갈 예정이라고 전구를 갈아 끼우지 않고 살았던 것이다.
지인의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바로 누군가가 들어와 살 곳인데, 다 소모된 전구 정도는 교체해 주는 것이 남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휴가철이다. 일전에 뉴스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다. 펜션에 숙박한 이들이 온 객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퇴실한다는 내용이다. 먹다 남은 음식물, 각종 쓰레기가 객실 내외부에 어지럽게 널려있고, 이불도 사방팔방으로 헤쳐 놓았다. 인터넷에 사진까지 올라왔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솔직히 이건 아니다. 돈을 주고 빌리지만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혹 자녀와 함께 와서 이렇게 퇴실하면, 그 자녀가 무얼 배우고 클 것인가?


불교 경전 『잡보장경』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부처님이 재물이 없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가운데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심시心施가 있는데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다음 상좌시床座施가 있는데, 자리를 내어 주다는 의미이다. 현대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데, 다음 사람을 위해 배려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시골 어른들은 예전이나 지금도 늦은 가을에 감을 다 따지 않고 나뭇 가지에 몇 개를 남겨놓는다. 지나가는 새들을 위해 남겨놓는 것, ‘까치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