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공짜도 공자(말씀)도 없다

[김재은 대표]

왕이 신하들에게 지시를 했다.

세상 사람들이 서로 진리에 대해 자신이 맞다고 서로 우기고 있으니 그 진리가 무엇인지 정리해 오라고. 신하들은 몇 달을 고생하여 몇 권의 책으로 정리해왔다. 왕은 그것을 언제 읽겠냐며 줄여오라고 했다. 줄이고 줄여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공짜는 없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
진리가 성스럽고 대단한 뭔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접하고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세상의 이치나 삶의 진리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다. 워낙 공짜심리가 팽배한 세상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지난 5월 지구별 소풍을 마친 아버지이다.
누가 뭐라 해도 구십 평생을 농군으로, 진한 노동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왜 생각났을까. 아마도 삶을 마칠 때까지 ‘공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농사나 품팔이 등 정직한 땀방울로 점철된 삶에 ‘공짜심리’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우리네 세상은 어떠한가. 아니 내 삶은 어떠한가. 어떻게 하면 노력을 덜 하고, 땀을 덜 흘리고 더 큰 결과를 얻어볼까 골몰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로소득을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부, 명예, 권력 그 무엇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일시적으로 가능한 듯 보여도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당사자는 물론 그가 속한 사회에도 큰 피해를 준다. 거저 얻거나 얻으려 하는 사람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지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작은 삶의 이치, ‘공짜는 없다’는 것 하나만 우리 삶에 녹여내도 개인적 삶은 물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나아질까. 정직한 땀방울은 힘이 세니까.
누군가는 그럴지 모른다. ‘공자 말씀’ 하고 있다고. 누가 그걸 모르냐고,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하지만 말이다. 언제까지 적은 노력으로 많은 것을 얻으려 하는 ‘횡포’나, 그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의 악순환을 보고만 있을 것인지. 이제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먼저 지금 바로 ‘공짜심리’의 늪에서 빠져나와 정직한 땀의 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말로만 하는 빛 좋은 ‘공자 말씀’이 아니라 실천하는 ‘공자 말씀’을 녹인 삶 말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삶도 세상도 돌아보니 ‘공짜’가 곳곳에 똬리를 틀고 진짜인 양, 삶의 진리인 양 목을 쳐들고 세상을 호령하고 있었구나. 부끄럽고 안타까운 모습에 절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새해 부터라도 내 삶에 ‘공짜는 없다’는 것, 말로만 하는 ‘공자 말씀’은 없다는 각오를 다져보자.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고 습관으로 가져가보자. 새해이니까. 지난 한 해 함께 살아온, 잘 버티고 견뎌온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고마운 인사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