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 거문고와 금호강

[강판권 교수] 

거문고는 물이 흐르는 곳에서 사는 오동나무 즉, ‘수류오동(水流梧桐)’으로 만들 때 매우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거문고를 만들 때 현삼과 갈잎큰키나무 오동나무는 필수 재료이다. 현이 올라가는 위쪽을 바로 오동나무로 만들기 때문이다. 현이 올라가는 아래쪽은 참나뭇과 갈잎큰키나무 밤나무로, 거문고를 연주할 때 쓰는 플렉트럼(plectrum)인 '술대'는 대나무로 만든다. 이처럼 거문고는 오동나무를 비롯한 각종 나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악기다. 

거문고는 4세기경 중국 진(晉)나라 사람이 고구려에 보낸 칠현금(七絃琴)을 왕산악(王山岳)이 새롭게 만든 것이다. 거문고는 왕산악이 거문고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어 이름을 현학금(玄鶴琴)이라 불린다. 현학금은 이후 현금(玄琴)이라 불렀다. 현금은 거문고 이름의 어원이다. 거문고는 한자 ‘현금’의 우리말이다. 

거문고는 전통시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악기 중 하나이다. 거문고는 조선 시대 양반들에게 필수 악기였다. 그래서 조선 시대 양반의 문집에는 거문고가 아주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4-1498)의 이른바 ‘탁영금(濯纓琴)’은 현재 보물(제957호)일 만큼 유명하다. 탁영금은 김일손이 어느 날 마을 대문 앞을 지나다가 오동나무 문짝으로 만든 것이다. 탁영금은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에게 쓸모없는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목숨같이 귀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 탁영금에 김일손이 새긴 다음의 글은 위대한 작품이 기다림과 만남을 통해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물은 외롭지 않으니, 마땅히 짝을 만날 것이다. 백 세대가 지나도 기필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아아! 이 오동나무는 나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서로 기다린 게 아니라면 누구를 위해 나왔으리오.

 

탁영금은 김일손과 오동나무 간의 오랜 기다림과 만남으로 탄생했다. 하나의 가치는 누군가가 알아줄 때 탄생할지도 모른다. 중국 춘추 시대 거문고 명인 백아(伯牙)는 자신의 연주를 가장 잘 알아주던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백아절현(伯牙絕絃)의 고사는 심금(心琴)을 울리지만, 최고 경지의 연주는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오로지 자신을 위할 때 가능할지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원하면서 연주한다면 금세 슬픔이 찾아올 수도 있다. 연주를 듣는 사람은 연주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연주한다면 언제나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태어났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삶은 불행하다. 

거문고 연주는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든 상관없지만, 석양이 버드나뭇과 갈잎큰키나무 수양버들의 정수리를 비출 때 금호강(琴湖江)에서 ‘물의 요정’과 함께라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을 것이다. ‘물의 요정’과 손을 잡고 6줄 거문고 줄이 한 가락 한 가락 소리 낼 때마다 비단처럼 부드럽게 일렁이는 금호강의 물결에 마음을 담그면 금호강물은 기쁨의 눈물로 불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