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물의 화엄

[김민정 박사]

한바탕 소용돌이 휩쓸고 간 모래톱에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

-김영주 「물의 화엄」 전문

 

「물의 화엄」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도교에서 최고의 선善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그런 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한바탕 소용돌이 휩쓸고 간 모래톱에/ 깨진 병조각이 시퍼렇게 꽂혀 있다/ 누구든 스치기만 해도 살을 쓰윽 벨 기세로’ 인간이 즐기고 난 후의 자리에는 언제나 쓰레기, 깨진 병조각들이 있다. 자신이 놀고 간 자리에서 이런 것들을 깨끗이 치우고 간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다. 친환경을 위해서 만든 것들도 몇 십 년 후에는 골칫거리 쓰레기로 우리에게 남겨질 것들이 많아 그것을 아는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다. 

결국엔 우리 자신들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인데도 말이다. 조금 더 긴 시각과 안목이 필요한데, 당장 눈앞의 문제만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하다 보니 문제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마음에도 나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의 속담이 우연히 생긴 건 아닐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잘 되면 날을 세우고 배 아파하며, 험담하고 끌어내리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적은 늘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오히려 멀리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질투하지는 않는다. 

그런 날카로운 것들을 ‘파도는 너른 품으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눈물을 삼키면서 보듬었다간 돌아서고/ 제 혀를 자꾸 베이며 끌어안고 핥아준다’고 한다. 물의 속성은 그런 것이다. 날카로운 날[刃]들을, 상처들을 자꾸자꾸 핥아주는 파도…. 파도도 성을 내면 무섭지만, 그 파도의 고마움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인식한다. 수많은 거친 돌들도 몽돌로 만들고 마는 파도의 힘, 물의 힘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침내 셋째 수에 오면 상처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숱한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난 후에/ 너울도 닳아져서 지쳐 그만 잦아든 후에/ 그제야 날[刃]을 다 버리고 둥글게 내주는 몸’이라고 한다. 날과 상처를 보듬고 보듬어, 또 인내가 쌓이고 쌓여 드디어 깨달음을 얻는 경지가 되면 몸도 마음도 둥글어 지리라. 파도처럼, 바다처럼 말이다.

비로소 ‘물의 화엄’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잘 짜여진 한 편의 시조를 읽으며, ‘물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 하나 마음속에 품어 본다. “산은 하늘을 우러러 스스로 높아지고, 바다는 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깊어진다.”는 말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새기며 유월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