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사회]그녀는 빗물이었다

[김민정 박사] 

 

세월의 나이테에 그어지는 빗물 따라 

인연 빚 갚아가며 미완으로 탑이 되어

나 대신 울어주는 파도 그 가슴을 닮은 여인

 

빗겨 간 기도마다 삶의 뜻 버거워도

모성의 지문 같은 영혼의 흔적처럼 

봄으로 꽃을 쏟아내며 내 몸 주신 어머니

- 이서연, 「그녀는 빗물이었다」전문

 

가정의 달 5월이다. 오월은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부부의 날>이 있고, <성년의 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으며, <청소년의 달>이기도 하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열두 달 중 가장 아름다운 달이고, 그런 속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의 날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위의 시조는 어머니에 대한 것이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이 가장 깊은 인연이리라. 화자는 ‘인연빚 갚아가며 미완으로 탑이 되어/ 나 대신 울어주는 파도 그 가슴을 닮은 여인’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연빚 갚아가며’란 부모에게 갚아야 할 빚인지, 아니면 ‘전생에서의 빚을 갚느라 부모가 자식에게 잘하는 건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화자가 어머니께 빚을 갚는다는 뜻으로 해석해 본다. 어머니는 나 대신 울어주는 파도의 가슴을 닮은 여인이다. ‘봄으로 꽃을 쏟아내며 내 몸 주신 어머니’다. 꽃 같은 딸을 이 세상에 탄생시킨 어머니다. 또한 그녀는 나를 키워낸 빗물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박시교 시조시인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란 시조가 생각난다. ‘그리운 이름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 지워도 돋는 풀꽃 아련한 향기 같은/ 그 이름/ 눈물을 훔치면서 되뇌인다/ 어머니’ - 박시교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전문.  

정한모의 ‘어머니’란 시도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 정한모의 「어머니.6」전문  

어머니란 이름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름일 것이고 아름답게 여기는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불린 이름일 것이다. 어머니를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이름을 아름다운 5월에 다시 불러볼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등 모든 가족을 떠올려볼 수 있는 달이다. 또 나의 생에서 고마웠던 스승님,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들이 생각나는 달이기도 하다.

교무실에 앉아 춥다 춥다 하다 보면, 어느새 바깥은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다. 학교 출근길에 교문을 지나 아름드리나무가 만든 아름다운 아치형 터널로 들어오면서 보면 느티나무의 연한 초록 잎들의 팔랑거림이 어쩌면 그리도 신선한지….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이양하의 신록예찬이 생각나기도 한다. 빨리 코로나를 극복하여 밝고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